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 pylori)은 위염, 위궤양, 위암의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으며, 동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감염률이 높게 나타납니다. 두 나라 모두 헬리코박터 치료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활발하지만, 치료 방법과 약제 구성, 내성 대처 방식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과 한국의 헬리코박터 1차 치료 약제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며, 그 차이점과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헬리코박터 1차치료: 한국의 표준 전략
한국의 헬리코박터 1차 치료는 기존까지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클래리스로마이신, 아목시실린을 병용하는 3제 요법이 표준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30%를 넘기면서 치료 실패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는 4제 요법(PPI + 비스무트 + 메트로니다졸 + 테트라사이클린) 또는 P-CAB 계열을 활용한 새로운 조합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보건당국은 비스무트 기반의 4제 요법을 1차 치료로 확대 권장하고 있으며, 내성률을 고려한 항생제 선택을 강조합니다. P-CAB(포타슘 경쟁적 위산 억제제)는 보노프라잔 계열 약물이 대표적이며, 위산 분비 억제를 빠르게 유도하여 항생제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단점은 고가의 약제와 일부 보험 제한이 있지만, 대학병원이나 대형 내과에서는 활발히 채택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PCR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환자의 헬리코박터 내성 여부를 선별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항생제를 맞춤 선택하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화 치료는 주로 수도권이나 대형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며, 일반 병의원에서는 아직 표준 프로토콜 위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 치료: 일본의 접근 방식
일본은 2013년부터 국가 건강보험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를 위염 진단 환자에게도 확대 적용하며, 치료의 저변을 넓혔습니다. 진단은 주로 요소호기검사(UBT), 대변 항원 검사, 혈청 항체 검사 등 비침습적인 방식이 선호되며, 내시경 생검은 위염이 의심될 경우에만 사용됩니다.
일본의 표준 1차 치료는 PPI + 클래리스로마이신 + 아목시실린 조합이며, PPI는 라베프라졸(Rabeprazole), 에소메프라졸 등이 주로 사용됩니다. 특이한 점은 일본은 비교적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낮은 편이며, 따라서 3제 요법의 치료 성공률도 한국보다 높은 80~85% 이상으로 보고됩니다.
또한 일본은 보노프라잔(Famotidine Fumarate, 상품명: 타케캡)을 1차 치료에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헬리코박터 치료에서 보노프라잔 기반 3제 요법(P-CAB + 클래리스로마이신 + 아목시실린)을 국가 표준 치료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보노프라잔은 위산 억제 효과가 빠르고 강력하여, 기존 PPI보다 제균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약제 선택 외에도 복약 순응도 향상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약제 복용 알림 서비스, 제균 성공 여부를 재확인하기 위한 추적 검사 의무화 등이 국가 차원에서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치료 모델은 예방 중심적이며, 국가가 적극 개입하는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한국 vs 일본: 약제 조합과 내성 대응의 차이
두 나라 모두 헬리코박터 감염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만, 핵심적인 차이는 ‘항생제 내성률’과 ‘보건 정책의 개입 정도’입니다. 한국은 내성률이 높기 때문에 1차 치료에서도 이미 4제 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치료 실패에 대비한 2차 전략이 비교적 빠르게 준비됩니다.
반면 일본은 상대적으로 내성률이 낮아 PPI 기반 3제 요법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P-CAB(보노프라잔)을 1차에 적용하면서 복약 단순화와 효과 증진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본은 제균 성공률을 확인하는 추적 검사(UBT)를 보험으로 필수화하여, 치료 후 관리 체계도 우수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접근성과 정보 제공 측면에서도 일본은 일반 병의원에서도 제균 치료가 표준화되어 있으며, 교육자료 제공이나 복약 지도 시스템도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지역과 병원 규모에 따라 치료 프로토콜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하며, PCR 검사나 P-CAB 적용은 일부 병원에 국한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헬리코박터 치료에 있어 유사한 기조를 따르면서도 내성률, 정책, 약제 조합에서 차별화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내성 대처와 4제 요법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일본은 낮은 내성률을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간결한 치료 전략을 구사합니다. 두 나라 모두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위장 질환 예방과 위암 발생률 감소를 기대하고 있습니다.